라스베가스는 왜 물 걱정을 안할까?
(Feat. 미드호 역대 최저)
라스베가스 스트립 호텔에서 물을 내리면, 그 물은 어디로 갈까.
정답은 미드호(Lake Mead)다. 처리해서 다시 강으로 돌려보낸다. 그것도 99%가.
근데 요즘 뉴스는 정반대 그림을 그린다. 미드호 수위가 6월 초 1,050피트 아래로 떨어졌고,
저수용량도 35%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7월이면 2022년 역대 최저 기록과 같아지고, 2027년엔 20~30피트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럼 라스베가스는 정말 곧 마실 물이 없는 도시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대다.
콜로라도강 7개 주 중 물을 제일 적게 받은 주가, 지금은 이 강 유역에서 가장 물 걱정 안 해도 되는 도시가 됐다. 이유가 좀 어이없다. 100년 전에 있지도 않은 물을 나눠 가진 사건 때문이다.
있지도 않은 물을 나눈 날
1922년 11월, 뉴멕시코 산타페의 한 산장에 7개 주 대표가 모였다. 당시 상무장관 허버트 후버가 진행을 맡았다. 강물이 매년 1,650만 에이커피트 흐른다고 가정하고, 상류(콜로라도·유타·와이오밍·뉴멕시코)와 하류(애리조나·캘리포니아·네바다)가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근데 이 1,650만이라는 숫자부터 틀렸다. 계산에 쓴 1905~1922년이 하필 유난히 비가 많던 시기였다. 테이터로 복원한 장기 평균은 1,320만~1,430만, 2000년 이후 평균은 1,200만도 안 된다. 처음부터 없는 물로 배를 나눠 먹은 셈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네바다는 연 30만 에이커피트, 7개 주 중 압도적 꼴찌를 받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1922년 클라크 카운티(지금의 라스베가스) 인구가 1만 명도 안 됐다. 카지노도, 스트립도, 은퇴 이주 붐도 없던 시절이니 아무도 이 사막이 250만 인구 도시가 될 줄 몰랐다
부족함이 만든 반전
여기서 반전이 시작된다. 물을 넉넉히 받은 캘리포니아·애리조나는 오랫동안 절약할 이유가 없었다.
네바다는 처음부터 부족했다. 그리고 부족함은, 결국 시스템을 만든다.
화장실 물, 정말 다시 강으로 돌아갈까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인지 궁금할 수 있다. 라스베가스 밸리엔 실제로 하수처리장이 있다. 그중 제일 큰 게 클락카운티 수자원재생지구가 운영하는 플라밍고 워터 리소스 센터인데, 하루에 1억 갤런 넘는 하수를 처리한다. 스트립 호텔 샤워물이든 헨더슨 집 화장실 물이든 다 여기로 모인다. 걸러내고, 미생물로 분해하고, 소독까지 거치면 거의 식수 수준까지 깨끗해진다.
이렇게 처리된 물은 라스베가스 워시라는 수로를 타고 미드호로 흘러들어간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호수 물과 섞인 뒤, 다시 취수돼서 정수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고 수돗물로 나온다. 물을 ‘빌려 쓰고 갚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실내에서 쓴 물의 99%가 이렇게 돌아오고, 2024년 한 해에만 돌려보낸 물이 라스베가스 시민 150만 명이 1년 쓸 수 있는 양쯤 된다.
여기서 핵심은 셈법이다. 네바다가 매년 지켜야 하는 30만 에이커피트 한도는 “얼마나 썼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시는 안 돌아오게 사라졌냐”를 기준으로 잰다.
샤워물·설거지물은 처리장 거쳐서 다시 미드호로 돌아가니까, 강 입장에선 잠깐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셈이라 30만 에이커피트 한도에서 거의 안 깎인다. 반면 마당 잔디에 뿌린 물은 흡수되거나 증발해서 다시는 강으로 안 돌아온다. 진짜로 없어진 물이라 한도에서 그대로 빠진다.
그러니까 라스베가스가 진짜 아껴야 할 건 실내에서 쓰는 물이 아니라 마당에 뿌리는 물이었다.
그래서 라스베가스는 법으로 마당 잔디를 막아버렸다. 2004년부터 신축 단독주택은 앞마당에 잔디를 깔 수 없다. 2022년부턴 수영장도 너무 크게 못 만들게 막았고, 2023년부턴 지붕 위에 물 적신 패드로 건물 전체를 식히는 스웜프쿨러(증발식 냉각) 방식을 새 상업·산업용 건물엔 아예 허가 안 해준다.
참고로 스트립 카지노 풀파티나 야외 좌석에서 흔히 보는 미스트 분사기는 이거랑 다른 장치다. 스웜프쿨러는 건물 전체를 지속적으로 냉방하느라 물을 계속 소비하고, 미스트는 물방울을 아주 잘게 쪼개서 국소적으로 잠깐 뿌리는 거라 소비량 자체가 비교가 안 된다. 규제 대상이 된 건 물을 많이 잡아먹는 스웜프쿨러 쪽이다. 실내 물 사용은 놔두고, 마당과 대형 냉방 장치에서 새는 물만 정확히 틀어막은 셈이다.
결과는 숫자가 증명한다. 2002년 이후 인구는 75만~88만 명 늘었는데, 1인당 물 사용량은 55~58% 줄었다. 잔디 2억 5,000만 평방피트를 걷어내서 아낀 물이 2,170억 갤런이다.
인프라도 미리 깔아뒀다. 2015년 미드호 바닥 근처까지 파고든 3번 취수관을 완공했고, 2020년엔 저수위 양수장을 붙였다. 덕분에 수위가 “데드풀”(895피트, 후버댐 방류가 아예 불가능해지는 지점)까지 떨어져도 라스베가스는 여전히 물을 끌어올 수 있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라스베가스는 안전하네” 하고 덮어도 될 것 같은데, 진짜 변수는 지금부터다.
라스베가스 혼자 잘한다고 끝나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걸 이해하려면 상황을 좀 단순하게 그려보는 게 낫다. 100년 전에 형제 7명이 유산으로 강 하나를 나눠 가졌다. 근데 유산 목록을 잘못 세서, 실제로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착각하고 나눴다. 이 유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누가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지” 정한 유언장 문장이 애매해서, 형제들이 100년째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하류 3주(애리조나·캘리포니아·네바다)는 “상류가 물을 일정량 반드시 내려보내야 한다”고 읽는다.
상류 4주(콜로라도·유타·와이오밍·뉴멕시코)는 “우리가 그렇게 많이 쓰면 안 된다는 뜻이지, 무조건 내려보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읽는다. 같은 문장, 다른 결론. 100년째 이러고 있다.
이대로 끝까지 안 풀리면 남는 길은 두 개다. 연방정부가 직접 끼어들어서 자기들 계획을 강제하거나 (내무장관 더그 버검은 합의가 안 되면 2026년 10월쯤 자체안을 확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아니면 소송이다.
그래도 라스베가스한테는 위안거리가 있다
최근 보도들은 이 도시를 콜로라도강 유역에서 “가뭄에 제일 잘 대비된 곳”으로 꼽는다. 2026년 초엔 의회가 새 파이프라인 공사도 승인했다. 슬로안 캐년 지하로 40마일을 뚫어서, 하루 3억 7,500만 갤런을 헨더슨과 남부 라스베가스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캘리포니아에서 이주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라스베가스 물 괜찮냐"고 물어보실 때, 이 100년짜리 배경을 알면 훨씬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다.
1922년 협상 테이블에서 제일 적게 받아간 쪽이, 100년 뒤엔 제일 안 굶는 쪽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