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가운데서 땅이 모자란 도시

 

라스베가스에 처음 오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아니, 사방이 빈 땅인데 왜 집값이 이래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도시 바깥은 전부 갈색 사막이다. 상식적으로 땅이 무한한 도시처럼 보인다. 근데 라스베가스 밸리는 개발 가능한 땅이 10년 안에 바닥난다는 얘기가 나오는 동네다.

빈 땅은 넘치는데 쓸 땅이 없다. 이 모순의 답은 시장이 아니라 소유주 명단에 있다.

라스베가스 최대 지주는 카지노 재벌이 아니다

네바다주 땅의 80% 이상을 연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미국 50개 주 중 압도적 1위다.
2위 유타가 64% 정도다. 클락카운티(라스베가스가 속한 카운티)로 좁히면 88% — 연방정부가 이 카운티에서만 약 450만 에이커를 들고 있다

 

즉 라스베가스는 연방정부 소유의 사막 위에 뜬 섬이다.

도시가 커지려면 섬 주인이 아니라 사막 주인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 데는 역사가 있다. 네바다는 1864년 남북전쟁 중에 급하게 주로 승격됐는데, 당시 이 사막을 원하는 개척민이 없었다. 다른 주들처럼 민간에 불하되지 못한 땅이 그대로 연방 소유로 남았고, 그 상태로 160년이 굳어버렸다.

이 구조를 뚫으려고 만든 법이 있다. 1998년의 SNPLMA(남부 네바다 공유지 관리법), 네바다 출신 상원 거물 해리 리드의 작품이다. 라스베가스 주변에 경계선을 긋고, 그 안의 연방 땅 약 67,000에이커는 의회 승인 없이 경매로 팔 수 있게 했다. 당시 계획은 5~10년 안에 다 파는 것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땅의 40%가 아직 안 팔렸다.


시기 밸리 내 연방 땅 매각

2003~04년 5,400에이커 이상

2023~24년 합산 약 600에이커

작년 41.8에이커

 

41.8에이커면 축구장 20개 남짓이다. 200만 명 넘게 사는 대도시권의 1년치 신규 토지 공급이 그렇다.

공급이 잠기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교과서 그대로다.

"라스베가스는 땅이 없어서 비싸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법적 사실인 셈이다.

변화 조짐은 있다.

지난달 의회가 연방 땅을 주택으로 바꾸는 절차를 단축하는 주택법(ROAD to Housing Act)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고, 주지사는 매각 가능한 연방 땅을 보여주는 지도를 BLM과 함께 공개했다. 땅 이전에 걸리는 시간도 4년에서 2년으로 줄었다고 클락카운티는 말한다.

방향은 분명히 '풀어주는' 쪽이다.

다만 30년간 잠겨 있던 밸브가 법 하나로 콸콸 열릴지는 지켜볼 일이다.

체크포인트는 하나다 — 내년 BLM 경매 면적이 41.8에이커에서 유의미하게 늘어나는가. 늘어나면 수년 뒤 신축 공급이 풀리며 가격 압력이 낮아질 수 있고, 안 늘어나면 지금의 공급 부족 구조가 그대로 간다.

우리 집이 있는 로즈랜치도 서쪽 담장 너머는 바로 그 갈색 사막이다. 매일 보는 빈 땅인데, 알고 보면 저기부터는 워싱턴 D.C. 소유다. 20년 전 이 동네가 개발될 때 누군가 그 경매에서 땅을 샀을 것이고, 지금 그 위에 우리 가족이 산다. 도시의 경계선은 자연이 아니라 서류가 긋는다는 걸, 이 동네 살면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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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와 네온사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