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벌어지는 일
대기업이 들어오면 호재?
우리는 이런 공식을 알고 있다.
대기업이 들어온다 → 일자리가 생긴다 → 사람이 몰린다 → 세수가 늘고 집값이 오른다. 인프라 투자 유치가 확정됐다는 뉴스를 보면 자동으로 호재라고 읽는다.
이 공식은 오랫동안 맞았다. 공장이 들어오면 수천 명을 뽑았고, 그 사람들이 근처에 집을 얻고 밥을 사 먹었으니까. 그래서 라스베가스에 데이터센터가 계속 들어온다는 뉴스도 나는 같은 공식으로 읽었다. 그런데 이 공식이 데이터센터에는 좀 안맞는 부분이 있다.
일자리
데이터센터는 서버가 꽉 찬 창고다. 건물이 축구장만 해도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몇십 명이면 끝난다.
일자리가 생기고 사람이 몰리는 그림은 그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짓는 동안은 건설 인력이 몰리지만, 완공되고 나면 사람이 계속 몰릴 일은 없다.
그래도 세금은 많이 내지 않나
일자리가 적어도 세금을 왕창 내면 동네에는 이득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확인해 보니 데이터센터는 장비에 부과되는 재산세를 75% 감면받고, 매출·사용세율도 2%까지 낮춰 적용받는다. 10년 또는 20년짜리다. 네바다가 지난 10여 년간 승인한 누적 감면액은 4억 5,700만 달러였고, 그 대가로 약속된 건 영구 일자리 약 300개였다. 게다가 감면을 승인하는 주 기관은 이 회사들이 약속한 세수와 경제 효과를 실제로 냈는지 추적하지 않는다.
깎아 준 세금은 정확히 계산되는데 들어온 게 얼마인지는 모른다.
그럼 전기는? 왜 내 요금 얘기가 나오나
사람은 안 쓰는 대신 데이터센터가 미친 듯이 쓰는 게 있다. 전기다. 큰 데이터센터 한 곳이 100메가와트를 넘게 쓰는데, 집 수만 채가 쓰는 양이다. 시설 하나가 동네를 통째로 삼킨다.
그만큼을 끌어오려면 송전선을 새로 깔고 변전소를 짓고 발전 설비를 늘려야 한다. 공사비가 어마어마한데, 그 돈을 누가 내느냐가 핵심이다. 큰 고객 하나를 위해 전력 설비를 업그레이드해도 그 비용이 자동으로 그 고객에게만 청구되지는 않는다. 상당 부분은 전체 요금에 섞여서 걷힌다.
정리하면 일자리는 몇십 개, 세금은 75% 깎아주고, 전기 설비 비용은 온 동네가 나눠 낸다
실제사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은 버지니아, 그중에서도 버지니아 헨리코 카운티는 몇 년에 걸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37개를 끌어왔다. 지역 개발의 모범 사례로 불리던 곳이다.
그리고 7월 1일부터 전기요금이 25% 올랐다. 카운티 정부와 학교 시설에 연간 500만 달러가 더 나가게 됐다. 지난달 말, 카운티 총괄 책임자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불 끄세요. 컴퓨터 끄세요. 충전기 뽑으세요. 블라인드 치세요.
유치에 실패한 동네가 아니다. 성공한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다
라스베가스는 지금 어디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네바다 안에 데이터센터가 이미 60곳이 넘는다. 싼 전기와 땅, 세금 혜택 덕에 데이터센터가 가장 오고 싶어 하는 상위 5개 주에 든다.
아직 요금이 확 뛰진 않았지만 판은 움직이고 있다. SWITCH가 남서밸리 캠퍼스 확장을 신청했고 클락 카운티는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전국적으로 반대 여론이 퍼지는 와중에 나온 승인이다. 반대로 리노는 건설 유예를 연장했다.
헨리코가 걸어온 길은 이랬다. 유치 환영 → 폭발적 증가 → 요금 인상 → 절전 이메일. 라스베가스는 아직 첫 번째 칸이다.
그리고 전기만 먹는 게 아니다. 서버는 열이 나니까 식혀야 하는데, 그 냉각에 물이 들어간다.
2024년 남부 네바다 데이터센터들이 쓴 물이 7억 1,600만 갤런이다. 단독주택 4,395채가 1년 쓰는 양이다. 헨더슨의 구글 시설 한 곳이 그중 절반을 썼다.
큰 기업이 들어오면 좋은 일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근데 그건 공장 시대의 공식이다. 사람을 많이 쓰던 시절 얘기다. 서버는 밥을 안 먹고 월급도 안 받는다. 대신 전기를 먹는다. 다음 청구서를 볼 때 이 생각이 좀 날 것 같다.